제목은 불편한데 책은 쉽다.
작가는 상당히 매력적인 주인공을 탄생시켰고, 그 주인공이 이 소설 전체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말하기 앞서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난 책을 읽을 때 작가를 미리 보지 않는 편이다.
책을 읽을 때 사람을 먼저 찾아보면 선입견이 작용할 것 같고.. 해서 말이다.
뭐 그렇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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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를 읽으며 작가가 정말 타고난 이야기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정말 쉽게 쉽게 썼고 편안하고 쉽게 읽힌다.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고’는 미스터리 하면서도 아주 매력적이어서 자꾸 궁금해지는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그 남자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들었다.
스토리는 각 챕터마다 편의점을 둘러싼 ‘챕터 안의 주인공’을 만들어 옴니버스 형식을 가지고 있다. 멀티 주인공과 토막낸 형식은 요즘 베스트셀러 트렌든가? (그러고보니 요즘 본방 사수중인 ‘우리들의 블루스’도… 역대급 캐스팅)
잘 읽히지만 짜임새가 정교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작가는 상당히 영리했다. 편의점이라는 장치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물건이 있기에 말할 거리가 풍부하다. 딱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 무게 만큼? 재미와 감동을 제공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 김밥 좋아함) 중간에 발행인이 광동제약인가? 옥수수 수염차 PPL을 한참 의심하고 있는데, 작가 스스로 ppl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와 성공적 스토리텔러의 면모를 과시(?) 해 주셨다. ㅎㅎㅎ….
사실 ‘작가’의 등장에서 텐션이 확 떨어지긴 했다. [작가의 분신, 작가]는 일종의 치트키다. 참.. 작가들이란… 꼭 그렇게 ‘작가’를 등장시킨다. 뭔가 전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등장시켜 작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소설 속 작가에게 ‘작가’란 이름으로 직접적으로 쏟아내게 한다. 게다가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가는 중간의 서사가 많이 생략된 듯, 캐릭터가 무례하게 느껴져서 조금 불편하기까지 했다. 뭐로 가든 서울로 가야 해서 급 등장한 작가가 갑자기 주인공을 캐묻기 시작… 하긴… 소설이란 게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니 작가의 등장이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작가가 등장하면 ‘이게 최선입니까…’ 하게 되는… 이건 뭐 내 취향이니까…
그런데 요즘도 대학로 연극은 소설 속 등장하는 ‘그런’ 구조가 먹히나? 내가 고등학교 때 한참 대학로 돌아다니며 연극 볼 때랑 달라진 게 별로 없네…. 아직도 '지하철 1호선'인가? 싱싱한(?) 요즘 상품명이 소설 속에 말 그대로 ppl을 노리고 등장하는, 트렌디한 서사에 비해 대학로 연극만 수십년전에 박제되어 있는 듯한 느낌? 전반적으로 ‘작가 편’이 망했다고 볼 수 있… (죄송)
그리고 이 소설은 판타지이다. 드라마 ‘나의아저씨’를 판타지로 분류하는 나로썬 이 소설 역시 판타지라 할 수 있겠다. 저런 편의점은 없으니까.. 폄하하려는 게 절대 아님, ‘나의 아저씨’ 보면서 내가 얼마나 쳐 울었는데.
어쨌든 살짝 허술한(?) 고증이나 시점 같은 건 이 소설이 2차 사용 되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 될 때 해결할 문제다. 연출에서 잘 정리하면 ‘응팔’이나 ‘스물하나, 스물다섯’ 같은 게 나올 거니까… 사실 요즘 베스트셀러는 시나리오 같은 느낌? 2차 사용이 바로바로 그려 지는데… 솔직히 이점도 살짝은 불편한 점이다. 소설로써 완성된 느낌이 없거든. 하긴 몇해 전부터 교보문고에서는 ‘소설’ 공모전이 아닌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하고 있으니 내가 이런 소리나 하고 있어서 시대에 뒤쳐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재밌듯이 베스트셀러라는 게 이렇게 트집 잡으면서 보라고 있는거 아닌가.. ㅎㅎ.
어쨌든 대단한 필력이 부럽다.
어제 기사를 보니 제주에서 올 해 선정한 4권의 책 중 하나다. (이런 책을 몰라 봤다니 역시 난 고리타분… 한 거.. 였어… ㅠㅠ)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3121225
무엇보다 젤 부러운 건 이분이 토지문화관 레지던시 작가였다는 것.. 흐어.. 거기 되게좋은데…
표지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책을 다 읽은 후 찾아보니 작가는 김호연, 이책은 ‘망원동브라더스’ 후속편이라는 것을 알았다.
(띠지를 백날 하면 뭐하나…. 나같은 독자들은 표지에 써 있어도 안 보는… 이러니 마케터들이 두배, 세배 힘든 거다…ㅎㅎ..)
일명 동네시리즈 라고 함.. 급 스치는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 원미동사람들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곧 tvn 같은 데서 ‘불편한 편의점’이나 ‘망원동 브라더스’나 두개를 합쳐 ‘망원동 편의점’ 이 방영될 것만 같다.
그래서 말인데,
옥수수수염차가 너무 궁금해졌단 말이다.
팔랑귀는 사 먹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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