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건축기행에 빠지지 않는 예술가 두명을 꼽으라면 이타미준과 안도다다오가 있을 것이다. 특별히 이타미준은 재일교포 건축가로 제주에 포도호텔과 골프장, 방주교회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타미준의 작품 포도호텔을 소개하는 도슨트에 참여해 보았다.
글, 사진: 빵작
내가 갔던 날은 날씨가 좋지 않다. 사진이 쨍하지 않으니 칼럼이나 책에 쓰기는 어려운 사진이다. 그렇지만 분위기는 좋다. 포도호텔의 포도 실루엣이 매우 그럴 듯 하다. 호텔의 모양이 포도 줄기 갔다고 해서 포도호텔, 이런 직관적인 이름과 최고급 호텔의 만남이 개인적으로는 이 호텔에서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포도를 닮아 포도호텔
위에서 보면 요렇게 생겼다. 해설이 들어가면 상당히 멋진 기획인데 뭣 모르고 보면 뭐지? 싶은 디자인이다. 많은 건축가들이 제주도에 자신의 작품 하나를 올리기를 원한다.
그들은 대부분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지형을 살려..'
'제주의 특성을 반영하여...'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모티브로... '
등으로 설명한다.
포도호텔도 마찬가지로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독특한 건축자재(이를테면 지붕에 올린 티타늄)를 쓰고 이를 드라마틱하게 살려 완성하였다.
객실에서는 눈높이에 제주를 보는 또다른 시선, 오름의 완만함, 억새 등 식물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 등.... 꼭 바다가 아니어도 제주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여기에 방마다 제공되는 최고급 온천수(아라고나이트 온천) 등 휴식에 자부심이랄까, 뿌듯함이랄까, 성공의 맛이랄까를 담아준다.
건축가 이타미준과 골프장
이타미준은 재일교포 건축가로 한국 이름은 유동룡이다. 일본어에 한자 성 '유(庾)'가 없어서 오사카 이타미공항의 '이타미'와 친구 길옥윤의 예명 '요시야 준'에서 따와 이타미 준이라는 예명을 썼다고 한다. 참고로 길옥윤은 한국의 유명 작사, 작곡가로 난 개인적으로 길옥윤의 '이별'을 좋아한다. 작사라기 보다 작시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한국에 남긴 대표작은 제주에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이 있고 온양미술관을 설계한 경력이 있다. 경주타워의 경우 경주에서 이타미준의 설계를 배껴 지었다는 이유로 오래 소송이 있었고, 지금은 경주타워 앞에 이타미준 표지석이 있다. 국내에 남긴 그의 마지막 작품은 평창동에 있는데 홍진경의 집인 점이 특이하다.
현재 작가의 딸이 건축사무소와 이타미준 건축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기사나 사진을 잘못쓰면 어김없이 컴플레인이나 소송이 들어온다.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영화 [이타미준의 바다]에 잘 나타난다. 골프장과 이 부속이라 할 수 있는 포도호텔, 그늘집, 방주교회 등을 견축하게 된 이야기도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포도호텔은 처음부터 호텔 하나를 짓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골프장과 이 주변을 함께 봐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축물이다.
포도호텔 도슨트
포도호텔 도슨트는 투숙객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하루에 한번 체크인할 때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도슨트 시간은 오후 5시,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시작은 여기서 부터 한다. 여기가 포도호텔의 입구인데 일반적이 호텔과 영 다른 모습, 포도호텔 설계의 컨셉이 열림과 닫힘이다. 그래서 그런지 호텔 곳곳 의외의 장소에서 열림과 닫힘을 만날 수 있다.
이건 안쪽에서 본 모습이다. 처음부터 '이건 보통의 빌딩이 아냐, 난 작품이니까, 지금부터 각오해!' 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부분이 포도송이와 나무를 연결하는 줄기인가? 안개가 깔려 있던 날이라는 점은 이럴 때 아주 유효했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복도에서 갑자기 발견하는 '열림', 저 터널 끝은 작은 프레임이 되면서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아스라이 보이는 필드.
사실 이 공간은 유리로 막아놓아 바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이건 다니라고 있는 통로가 아니라 감상하라고 있는 거다.
유리 모르고 얼굴 부딪힐까바 스티커 하나가 붙어있다. 이 조그만 낙서는 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가 그려준 소품 이다. GNH는 국민생활행복지수?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캡션이다.
저 새는 뜸부기인데 포도호텔을 건립하려고 할 때 나타났다고 한다. 뜸북뜸북 뜸북새는 이제는 보기드문 멸종위기종이다.
복도를 따라 쑥 들어오면 이런 공간도 만난다. 이런 사진일수록 사진찍기가 어려워서 여러장을 찍었는데 영 맘에 안든다. 한국적인 그림과 소품들이 무심히 툭툭...
이 또한 열림의 공간인 듯... 바깥으로 뚫린 유리벽, 갖힌 듯 보이는 작은 화단은 오히려 하늘과 통하고, 이를 보는 사람이 실내에 갖힌 느낌이랄까... 날씨 탓에 유리창에 물이 맺혔는데 이런 분위기도 괜찮다. 키 작은 꽃을 제주의 검은돌이 감싸고 있다.
포도호텔은 한실과 양실이 있고 한국적인 이미지가 곳곳에 드러난다. 핀크스 골프장의 경우 2017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에 선정하기도 하였다. 식음료가 맛있기로도 유명하여, 포도호텔 왕새우튀김우동이 먹방 여행자들 사이에서 필먹 코스이기도 하다.
건축 예술 가이드 - 포도호텔 도슨트 프로그램 문의
064-793-7000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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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방문하여 작성한 후기 입니다.
글, 사진의 무단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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