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외로 너무 많이 듣는 질문
"글을 잘 쓰고 싶은데 감성이 부족해요."
으응..? 감성?
감성은 나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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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해 볼 게 두가지 있다.
첫째, 글은 하나인가? 아니 그럴리가. 글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하고 지금도 세포분열을 일으키며 새로운 영역이 생산되고 있다. 채널과 디바이스가 다양해지고, 언택트가 일상화 됨에 따라 말보다는 글이 생활의 기본이 되었다. 하다못해 배민 어플로 주문을 할 때도 메뉴판 정도는 읽어야 하고, 특별주문사항을 메모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글일 뿐 아니라 이 짧은 몇 단어로 '한끗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니 글 전체를 뭉뚱그려 놓고 그에 필요한 '감성'을 운운하는 것은 참 투박하고 막연한 상상이다.
그래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내게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설마 시나 소설을 쓰고 싶을 리 없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획서나 이메일, 회사 홍보나 제품 광고에 필요한 카피, 자소서, 에세이, 칼럼 정도? 시나 소설을 쓰고 싶다면 번지수 잘못 찾은 거고, 대부분 내가 도와 드리는 부분은 비문학이고 굳이 문학이라면 에세이를 넣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비문학은 감성이 필요 없고, 문학은 감성이 필요한가? 이것이 두번째 질문이다. 비문학이고, 문학이고 감성은 감성이고, 글은 글이다. 이런 말하는 사람이 친한 동생이라면 등짝 스메싱을 날리며 '감성 같은 소리 하고있네, 닥치고 쓰기나 해.' 라고 답하겠지만 그러다가 여러사람 잃어 본 경험이 있는지라, 조금은 차분히 답해 보겠다. 감성보다는 성실함, 꼼꼼함, 섬세함 정도는 필요하다. 글은 엉덩이 힘으로 쓰는 거다. 난 잊을만 하면 문학병에 걸려 소설쓰기를 하는데, 미완에 그치는 이유가 (감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갑자기 들어오는 프로젝트나 강의 요청이 바빠질 때 성실하게 완성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는? 흠..... 그 영역은 나도 모르겠다. 시와 감성의 관계에 대한 답을 얻고 싶은 분께는 시인께 가시라 추천한다.
물론 글을 쓰는데 감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글의 종류에 따라서는 해'악'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자신이 글을 쓰지 못하는 원인을 '감성 없음'으로 뭉뚱그릴 필요는 없다.
결론은 글과 감성은 아무 관계 없다. 그 말을 하기 위해 '감성'이라는 단어를 반복하자니 너무 오글거려서 이 글을 짧게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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